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요.
새해 첫 해!
닭의 해, 정유년!
첫 날의 해를 보기 위해 우리집 뒷산에 올랐다.
전날에 알아 본 부산에서 해가 뜨는 시간이 오전 7시 28분.
진해는 부산보다 일찍 뜨는지, 늦게 떠오르는 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일단 해 뜨는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넉넉하게 집에서 출발했다.
아직 어둠뿐인 새벽 5시 30분쯤에 눈을 뜨고 화장실에서 몸을 가볍게 한 후 출발했다.
집을 나선 시간이 5시 46분.
새벽 산에서 바라 본 진해.
처음 사용해 보기로 한 스틱을 양손에 들고 후레쉬로 길을 밝히면서 느긋하게 산을 올랐다.
한참을 올라가도 부딪히는 사람 한 명이 없었는데 등산중 잠시 쉬는 동안 저 멀리서부터 보이는 불빛이 빠르게 다가와서 빠르게 지나쳐 가 버렸다.
격한 숨소리와 함께 뛰어 올라가는 사람.
새해 해를 보기 위해 느긋하게 산을 즐기는(?) 나와는 전혀 다른, 체력단련을 목적으로 등산을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정상이 보이는 곳을 걷고 있을 때 위에서부터 달려서 내려오는 사람이 있었는데 아까 본 사람이었다.
상대적으로 내가 의문의 1패를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해가 뜨기전의 진해
등산을 하다가 조금씩 맘이 급해졌다.
아직 정상이 멀었는데 벌써 해가 떠 오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수평선을 보면서 발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걷다가 뛰다가 하면서 드디어 정상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을 밟았다.
계단에서는 도저히 뛰지는 못하겠다.
해 뜨기 전 '시루봉'정상에서.
해 뜨기 전 정상에서.
급하게 정상에 올라와서 잠시 짬을 내서 인증샷.
아직 해가 떠 오르지 않아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휴대폰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정상에는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어 맘껏, 자유롭게, 편하게 사진을 촬영했다.
정유년 첫 해
정유년 첫 해
정유년 첫 해
정유년 첫 해
정유년 첫 해
오늘 등산의 목적, 꼭 봐야 할 해를 봤다.
새~ 해!
ㅎㅎㅎ
떠 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소원을 빈다거나 누구를 떠 올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하지도 못했다.
그냥, 붉게 떠 오르는 해를 바라보기만 했다.
왜 그랬을까?
-.-
첫 해맞이 인증사진
첫 해맞이 인증사진
첫 해맞이 인증사진
첫 해맞이 인증사진
스스로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는데... 처음의 쑥스러움이 점차 없어지는 것 같다.
ㅎㅎㅎ
군것질을 먹은 자리를 정리하고 있을 때 2명의 사람이 올라왔다.
한 사람은 잠시 있다가 내려갔고, 한 사람은 절을 하는 경건한(?)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정상에서 벗어났다.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다시 내려가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해 내려갔다.
왜 모르는 길을 택했는지...
길이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편안하게 잘 걷고 있는데 점차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잠시 멈추고 심호흡을 하면서 신경을 집중해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이런...
능선을 따라가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가면 안민고개까지 갈 수도 있겠다.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없다.
고민은 잠시, 행동은 바로 길에서 벗어나 무조건 밑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다 보면 길이 나타나겠지.'
'뭐... 길이 없으면 내가 만들면서 내려가면 되겠지.'
이런 자신감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신감이 오만함으로, 후회로 변하는 순간이 되는 것은 10분도 안되서 나타났다.
길을 찾다가 포기를 하고 계곡을 찾았다.
흐르는 물이 없지만 계곡을 찾아서 그 계곡을 따라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발이 내 발이 아니고, 손이 내 손이 아니다.
수시로 쌓여있는 낙옆 속으로 푸욱 빠져 앞으로 넘어지고, 위에 있는 나뭇가지를 피해 걷다가 아래에 있는 칡덩굴에 걸려 한 바퀴 굴러 넘어져 누워서 하늘을 보기도 했다.
나무가지에 걸려 등이 땅을 향해서 넘어졌는데 마침 칡덩굴이 서로 엉켜서 계곡 사이를 덮고 있어 다행히 아무 상처도 없이 다시 걸을 수 있었다.
그냥 들고만 있던 스틱을 끝까지 잊어버리지 않고 드림로드까지 나왔다.
드림로드에서 잠시 동안 그냥 서 있으면서 정신을 추스리고 신발을 벗어 털고, 옷도 털고 다시 집을 향해 내려갔다.
조금씩 추위를 느끼면서...
다시 음악을 들으면서...
자은지구
드림로드에서 벗어나는 입구에서 보이는 아파트의 모습이 반갑다.
원래는 숲이 있는 산이었던 곳인데... 어느새 아파트가 뒤덮어 버렸다.
여기서도 우리집까지는 멀다? 멀게 느껴지는 것인가?
집에 도착해서 내 모습을 살펴보니 온 몸에 낙옆과 흙이 묻어 있다.
머리위에서부터 발끝까지.
걸어다닐 때 마다 바닥에 떨어지는 낙옆과 오물들(?)
ㅋㅋㅋ
이제서야 웃음을 보이면서 가족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매우 위험한 순간들이 많았는데...
다친 곳이 없다.
나중에 씻을 때 왼쪽 콧구멍에서 붉은 액체가 조금 흘러 나왔을 뿐, 허리와 어깨가 쪼매 결리는 느낌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새롭게 태어나는 첫 날이다.
나를 깨달게 해 준 첫 날이다.
고마운 첫 날이다.
항상,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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