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다.
아들의 방학이 이번 주 금요일부터 시작이 되었다.
방학 첫 날은 아파트 방역이 있어 가족 모두가 강제 퇴거이다.
이런 이유를 핑계삼아 아들은 아침 9시를 넘기면서 손을 흔들면서 PC방을 향해 나갔다.
아내는 첫 번째로 수영과 필라테스를 하러 8시 40분쯤 나갔다.
나는...
혼자 남아서 10시 20분에 시작하는 방역을 기다렸다.
가장 할 일없는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다.
-_-...
토요일인 오늘...
늦은 아침에 일어나서 늦은 아침밥을 먹고 하루 계획을 물어봤다.
당연... 모두 말이없다.
ㅎㅎㅎ
그럼...
내가 정해야지.
볼링장을 가자~~~!
실은 아내가 가고 싶어하는 곳이 있었는데 내가 거부했다.
아들이 가기 싫어하는 티를 너무 내서.
날이 덥다고 계속 쳐져 있는 것 보다 움직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반 강제로 아들까지 데리고 나갔다.
싫은 얼굴의 모습을 한 아들...
미안해.
ㅎㅎㅎ.
'창원시민생활체육관'에 있는 볼링장으로 갔다.
생각보다 볼링하는 사람들이 없지만 대기시간이 1시간정도 걸린다고 해서 아내와 아들은 컵라면을 먹으로 가고 나는 자리를 지키면서 기다렸다.
한 사람은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담당자의 말을 듣고서...
여기서도 나는 낙오자다.
게임시작 전에 내기를 정했다.
아내와 아들이 한 편을 해서 합친 점수와 내 점수를 비교해서 이긴 팀이 5000원씩 갖기로.
일방적으로는 턱도 없는 방식이지만 처음 치는 아들의 볼링 실력?을 믿고 바로 접수.
평균적인 내 점수라면 가능하다고 믿는 자신감이다.
게임시작
볼링 첫 번째게임
첫 게임.
첫 게임부터가 아니라 3~4프레임부터 잘못된 내기 방식이라는 것을 느꼈다.
내가 볼링공을 던질 때마다 1, 3코스로 정확하게 들어가도 모든 핀들이 쓰러지지 않고 계속해서 남는 것을 보고 불안감을 느꼈다.
생각보다 아들의 점수가 높게 나왔다.
알고 있는 아내의 초반 점수도 높게 나오고, 던지는 순간마다 공이 가운데로 계속해서 굴러가는 것을 보고 알았다.
5000원이 내 것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을...
볼링 두 번째 게임
두 번째 게임.
내기 게임을 포기할까도 생각을 했지만 다시 한 번 나를 믿었다.
비록 몇 개월만에 볼링공을 만져 보지만 '설마 평균점수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자신감을 믿었다.
결과는...
자신감이 자만감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게임후 확실하게 알았다.
오늘은 주머니가 비워지는 날이라는 것을...
다시 5000원 납부.
볼링 세 번째 게임
세 번째 게임.
분위기나 실력이나 오늘은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기를 포기하겠다는 말이 안 나온다.
그냥 오기로 밀어 붙였다.
역시나...
안된다.
쩝...
다시 5000원 납부.
마지막 게임은 사진이 없다.
촬영할 필요가 없어서 사진을 찍지 않았는가보다.
ㅋㅋㅋ
네 번째 게임은 거의 나 혼자서 던졌다.
아들은 손가락이 아프다고 해서 무리해서 던지지 말라고 하면서 스페어 처리만 내가 하다가 후반에는 혼자서 다 했다.
아내의 차례에는 중간에 볼 일이 있어 잠시 빠져 있는 사이에 내가 던지면서 게속해서 이어졌다.
게임 결과는 나의 완패다.
내기 시합의 실패로 2만원이 지출.
도중에 스플릿(split)이 되어 있는 것을 맞히면 5000원 내기를 한 것도 실패를 해서 5000원 더 지출.
모두 합쳐서 25000원이 사라졌다.
힘든 볼링시합이다.
아내와 아들이 컵라면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는가보다.
"볼링 해 볼래?"
"아니..."
"..."
"..."
"일단 한 번 해 보자"
"..."
"그냥 하는 거다."
"..."
'무섭게 째려봄.'
"알았어..."
아마도 이런식의 대화를 했을 것이라고 상상을 해 봤다.
ㅋㅋㅋ
게임준비를 하면서 갑자기 건우가 볼링을 한다고 하길래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행동은 신발과 공도 맞춰 본다고 바빠졌다.
마음가짐이나 몸이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볼링을 할 수가 있을까도 싶었지만 시도는 해 보기로 했다.
다행이도 볼링레인도 가장 마지막이 12레인이다.
공은 가장 가벼운 8파운드로 정하고...
폼은 대충 알려주고...
게임시작.
게임을 시작하면서 수시로 폼에 관련해서 알려 주지만 듣지를 않는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공을 잡는 순간부터 던지는 순간의 과정이 무지 빠르다.
아내는...
아들의 볼링 폼에 대해서는 완전 무시하고 무조건 핀을 많이 쓰러뜨리면 좋아하면서 손을 마주친다.
점수를 위해서 처음 볼링을 하는 사람의 폼을 제대로 알려 주지는 않고 무리한 것만 요구한다.
물론 몇 게임이 안되지만 기초와 기본을 강조해야 하는데...
언제 다시 볼링장에서 아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움직이면서 놀러가기 좋아하며,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던 아들.
언제부터인가 움직이기 싫어하는 게으르면서 흥미를 잃어 버린 아들.
이런 아들의 볼링을 하는 모습이 좋다.
아들도 결과적으로 싫어하는 모습이 아니 볼링을 하면서도 끝나고 나서도 웃음이 있는 얼굴이다.
아내의 반 강제로 시킨 볼링.
억지로 하는 것을 싫어하는, 매우 싫어 하는 내 자신은 남에게도 억지로 시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나의 모습에 아내도 불만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가끔은 부딪히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본적인 것을 제외하고 알아서 하라고 하는 나와 그래도 억지로라도 시켜야 제대로 된 사람이 된다는 아내.
오늘같은 날이면 아내의 말이 맞는 것 같다.
기본적이라는 기준도 정확하지도 않고...
갑자기 아들의 볼링 참여로 조금 더 흥미와 집중을 하고자 내기를 걸었던 볼링시합.
나의 자만감을 반성하고...
아들의 첫 볼링을 축하하고...
아내의 아들에 대한 현명한 대응에 고마워 하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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