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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gJuni 2017. 3. 9. 하루, 또 하루/여백이 있는 하루

고구려 6 _ 김진명

고구려 6

도서관에서 대출 받은 책과 문구점에서 판매되는 책의 겉모습이 다르다.

내용도 다른 것은 아니겠지?



고구려6 (소수림왕, 구부의 꿈) _ 김진명


상남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서 읽었다.

2명의 예약 대기자가 있어 바로 읽을 수는 없었다.

예약자에 이름을 올리고 약 3주? 후 휴대폰의 문자로 연락이 와서 읽을 수 있었다.


김진명의 고구려는 1권부터 꾸준히 읽었는데...

6권이 너무 늦게 나와서 그런가? 

5권의 내용이 기억이 나지를 않아 전에 읽고 나서 적어 놓은 후기를 다시 읽고나서 기억을 더듬은 다음에 6권을 읽었다.


고구려 5권 <고국원왕, 백성의 왕>



이야기는... 

형식에 너무 치우친 예법(유학)에 의해 사람의 목숨을 공개적으로 빼앗아 버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살아있는 사람도 먹을 것이 없을 정도의 가난한 집에서 자식이 제사를 지내지 못한 것이 잘못 됐다고 해서 여럿이 매질을 해서 숨을 거두게 만든다.

참지 못한 마을 사람들은 함께 태수에게 가 따져 묻는다.

대답을 하는 태수의 말에 사람들은 분노가 없어지면서 들고 온 무기를 내려 놓고 돌아 갈려는데 이웃 마을에서 달려 온 병사들에 죽임을 당한다.

이 와중에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딸은 태수를 칼로 찌르며 이 장면을 태수의 아들이 보게된다.

·····



고구려의 태왕인 고구부가 어린 시절부터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를 알려주며, 고구려의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는 글이다.

  page 12 ~ 14

"고구려 고구부와 연나라 송해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신가?"

사안이 눈을 내리깔고 조용한 얼굴로 귀를 기울이는 걸 흘깃 본 손작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무거운 목소리를 이어냈다.


"고구부는 송해의 송나라 송(宋)씨를 가리켜 장승을, 치우를 기리는 장승을 뜻한다 하였지."

뜬금없는 이야기였으나 고요하기만 하던 사안의 얼굴에는 미미한 동요가 일었다.


"장승의 생김새를 본 따 송(宋)이라는 글자가 만들어졌다. 그 송이 곧 장승을 지키는 이들의 성씨가 되었다. 결국 송은 그 나라의 이름이 되었다. 그런 이야기라네. 안석, 송씨의 시조는 누구인가?

"미자(微子)"

"그 미자가 누구인지 돌이켜보시게."


자리의 누구도 알아 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이야기였지만 조금 전 사안의 얼굴에 있었던 미세한 동요가 이번에는 눈에 띄게 출렁이며 그의 온 얼굴에 완연히 자리 잡았다.


"미자."

손작의 질문에 사안은 그 이름을 토해내듯 되뇌었고 좌중은 그가 동요하는 연유를 알지 못하여 그의 안색만을 살필 뿐이었다.


옛 은(殷)나라 마지막 왕 제신(帝辛)의 형제이며 주(周)나라에 끌려와 송나라 제후로 봉해진 미자. 이에 무슨 비밀이 있다는 말인가. 장승이니 송이니 하는 이야기는 대체 무엇이기에 손작은 마치 밀궤의 열쇠를 가진 사람처럼 알 수 없는 몇 마디를 던지고 사안은 힘든 숙제를 받은 문생이 되어 머뭇거린단 말인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는 선비들의 눈길 사이로 손작의 조용한 한마디가 추궁하듯 맺어졌다.


"미자가 제 영지를 장승의 형상을 본따 송(宋)이라 이름 지었다. 장승은 치우를 뜻한다, 그렇다면 미자는 치우를 지키는 사람이란 말이지.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

"그 기막힌 소리를 고작 열 살 남짓에 떠들었다는 고구부, 그가 당대 고구려 태왕이네. 안석, 한의 바다라 했는가. 그 포부에 이에 대한 고려가 있기를 바라네."




고구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며 아버지의 복수를 할려고 하지만 스스로의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일까?

동생인 이련에게는 너의 방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아버지의 복수를 하라고 한다.

page 50 ~ 51

"형님은 정말 구름 위에서 노니는 신선과도 같습니다. 이 동생은 형님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눈을 크게 뜨고 기억하여 학습하겠습니다."

"아니, 내가 아니다. 네가 배울 수 있는 자는 부여수야."

"예? 한낱 무용뿐인 자 아닙니까? 형님, 저는 부여수와 겨루어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대답을 않고 가만히 돌아가는 백제군을 지켜보던 구부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 항상 얼굴에 감도는 미소를 그대로 놓아둔 채 드문드문 입을 열었다.


"이련아, 나는 아버님의 복수를 할 생각이다. 백제의 국경을 허물고, 백제의 모든 백성을 내 백성으로, 우리의 백성으로 만들 것이다."

"형님."

"그러나 너는 내가 가려는 길을 지지하려 하지도, 따라오려 하지도 말거라."

"예?"

"만일 내가 해내지 못한다면 네가 그 유지를 이어야 하니까. 그때는 너의 방법으로."




무우불여지기(無友不如己者).

Page 86 ~ 88.

"진제가 교분을 청하며 무우불여지기(無友不如己者)라 했다더구나. 자기보다 못한 이와 벗하지 않는다는 공자의 말이다. 내가 본인보다 좀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지."

단청은 슬며시 웃었다.


"그 말을 따르자면 폐하께서는 진제와 교분을 맺으면 아니 되겠군요. 진제는 폐하보다 못한 셈이니."

"그래. 그런 못된 말이 어디 있겠느냐. 사람과 사람이 사귀는 데 서로를 가늠하고 재단하는 것이 우선이라니. 못한 놈이 나은 놈을 사귀려면 스스로를 꾸미고 선전하여 결굴 나은 놈이 속아야만 둘 사이가 벗이 된다는 말이 아니겠느냐."

"그렇지요."

"한족이라는 놈들이 대부분 그러하다. 출세하는 길, 그리하기위해 처세하는 법. 그따위가, 아부가 삶의 전부인 자들이야. 공자의 유학(儒學)이 바로 그것이지. 예법이란 게 무엇이더냐. 남을 섬겨라, 남에게 조아려라, 남을 살펴라, 남, 남, 남. 제 스스로 생각이란 걸 하긴 할까. 벗에게 묻고, 스승에게 묻고, 옛 책에 묻고, 무리를 짓고, 무리에 기대고."

이야기를 듣는 어느 순간 단청의 고요하기만 하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구부는 발견하지 못했다.


"예지용(禮之用), 화위귀(和爲貴)라는 소리는 정말이지 걸작이다. 예라는 것이 애초에 남과 어울리는 법을 뜻하는데, 남과 잘 어울려야 예를 다룰 수 있다니. 예를 잘 갖춰야 예를 갖출 수 있다. 하하. 정말 웃기는 놈들이야. 예를 얼마나 좋아하면. 일해야 일할 수 있다. 잠을 자야 잠을 잘 수 있다. 하하."

"그렇습니까?"

"그래. 사실 유학이란 학문하는 자들이 학문하지 않는 자들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진 웃기는 함정 같은 것이다. 언제부턴가는 학문하는 자들 스스로 속아버렸지만."



 

태수의 아들인 백동은 동진으로 넘어가게 된다.

page 96~97

"소신이 동진(晉)의 관리로 있을 적 겪은 일이옵니다."

백동은 만면에 웃음을 머금으며 준비한 물음 던졌다.


"동리에 생쥐를 몹시 사랑하여 좁쌀을 주며 키우는 자기 있었사옵니다. 헌데 이자가 키우는 생쥐는 종내 수백 마리로 번식하여 이웃까지 드나드니 이웃집에서 골머리를 썩다 그를 관아에 고발하였나이다. 관리로서 합당한 판결을 내려야 하였거만 소신은 어려웠나이다. 생쥐를 키울 자유와·····."

"그것은 네 질문이 아니구나."

말이 가로막힌 백동의 입이 순간 다물어지지 않았다. 감출 수 없게 당황한 빛이 가득하여 백동이 얼른 다음 말을 하지 못하는데 태왕은 품에서 복조리 한 개를 꺼내어 시종에게 건넸다. 복조리 장수가 팔지 못했던 그 복조리였다. 시종이 이를 다시 백동에게 가져다 주니 그는 영문을 모르는 낯빛으로 받아들고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허리만 숙였다. 태왕은 그런 그를 힐끗 내려다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생쥐라·····. 생쥐를 키우는 자를 벌하고, 잘 씻지 않는 자를 벌하고, 게으른 자를 벌하고, 과식하는 자를 벌하고, 백성 스스로의 판단을 일절 금하고 아주 작은 물꼬만을 터주어 원하는 대로 끌어가는 것. 그래. 그런 것이 그들의 방법이고 그들의 세상이지."


백동은 손을 바르르 떨며 떨어트린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들이 내가 유학을 어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던 모양이구나. 굳이 이리 묻지 않아도 곧 알게 될 터인데."

"그, 그런 것이 아니오라 다만 소신의."

"질문한 자에게 가져다 주거라."


구부는 백동의 손에 들린 복조리를 흘낏 바라보고는 등을 돌렸다. 백동은 할 말을 잊은 채 돌처럼 굳어만 있었고 주위 학자들은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어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비구니 단청.

page 109 ~ 111

"그대의 현명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단청은 이 낯 뜨거운 물음에 겸양하는 대신 또박또박 대답했다.


"남과 나를 구분하지 않은 덕이 아닐까 합니다."

"흠."

구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과 나를 넘나든다. 아도를 만나면 아도가, 복조리 장수를 만나면 복조리 장수가, 나를 만나면 내가 된다는 뜻이렸다. 상대방의 뜻과 생각을 먼저 짐작하고 이를 미루어두었던 자신에 담는다."

"예"

"그대가 그려낸 무늬란 모두 세상에 얽힌 삶들이겠지. 그 엉망진창인 삶들이 그대의 손끝에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셈이다. 놀랍다. 그대는 놀라운 사람이다."

"그리 봐주시니 감사하옵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합장하는 단청을 구부는 한참 바라 보았다. 이를 고요한 눈빛으로 마주 보던 단청이 말했다.


"하시기 어려운 말씀이라도 있으신지요."

"사과하고 싶다."

난데없는 소리였으나 단청은 어디에 생각이 미쳤는지 순간 동요하여 손끝을 가볍게 떨었다. 그러나 곧 태연을 가장하여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소승에게 사과하실 일이 있으신지요."

"사람은 본래 제 삶을 먼저 본다. 오직 불가의 승려만이 다르지. 평생 제 삶을 비워내려 노력하며 남의 삶, 여럿의 삶, 세상의 삶을 먼저 본다. 그러나 그것은 득도하여 입적하기 직전의 고승이나 가능하지. 아직 어린 그대가 이를 경지가 아니다."

"그것이 어찌 사과하실 일인지요."

"아마 그대의 삶에는 끔직한 일이 있었으리라. 하여 누구보다 빨리 비워낼 수 있었겠지. 속세의 흔적을 모조리 없애고. 헌데."

"·······."

"그런 경지에 이르고도 일부러 나를 만나 나를 따라 속세에, 궁성에 왔다. 그것은 단청, 그대가 겪은, 미처 다 비워내지 못한 고난의 매듭에 내가 엮이어 있는 탓이리라."

단청의 눈꺼풀이 떨렸다. 그녀의 옆에 나란히 걸터앉은 태왕은 그녀의 동요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굴곡 없는 어조로 제 할 말을 이어갔다.


"내가 왕위에 올라 행한 일이란 법을 제정하고 유학을 들인 것. 그리고 불법을 공표한 것이다. 이외에는 그대와의 접점이 없다. 아마 그대는 내가 만든 법에 의해 쫓겼다거나 내가 키워 낸 유자들에게 박해를 받았을 것 같구나. 그래서 속세를 버리고 불가에 들지 않았을까. 그것을 사과하려한다."




고구부는 고구려의 원수인 부여구를 만나서...

page 131~ 133

별 생각없이 구부의 물음을 따라가던 부여구는 순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전진(秦) 황제 부견은 저족이오. 그런데 지금 부견이 저족의 역사를 제 역사로 기록하고 있소? 저족이 유목하던 시절 입던 옷을 입고 있소? 전진의 관제(官制)는 저족 시절의 것이오? 혹시 왕을 아직 족장이라 부르고 군장(軍裝)을 말몰이꾼이라 부르고 있소? 아니라면, 혹시, 혹시 한족의 풍습과, 역사와 학문을 베끼어 따르고 있지는 않소."

부여구의 처진 눈매가 갑자기 크게 올라갔다.


"당신이 한산으로 옮겨가기 전 지난날 요서는 백제의 것이었소. 연(燕)이 요서를 상당 부분 점령하기도 했었지만 대체로 백제가 주인이었소. 지금 요서는 전진 부견의 것이오. 요서는 때때로 백제의 것이었다가, 선비족의 땅이었으며, 한족의 땅이었고, 저족의 땅이었소. 그들 모두의 유민이 뒤섞여 요서에 살고 있소. 묻겠소. 지금 요서에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어느 나라의 유민이라 부르오?"

"······· 한(漢)의 유민이라 칭하지."

"이상한 일이 아니오? 대륙의 패권은 서로 다른 부족이 쥐었다 놓기를 반복했소. 헌데 지금 와서 대륙의 모든 부족은 왜 스스로를 한족이라 여기는 것이오? 실지로는 오만 족속이 서로 섞이어 나타난 혈통인데. 왜 핏줄은 다 잊고 한(漢)이라는 이름만 간직한단 말이오?"

부여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다만 무겁기 그지없는 눈으로 구부를 바라볼 뿐이었다.


"깊이 생각했소. 수많은 민족이 이울려 그들의 풍습이 섞이고, 그들의 말이 섞이고, 그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것이 전통이고 글자요. 그런데 그 주인에 오직 한(漢)이라는 이름만 붙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구려의 복조리 대신 한(漢)의 복(福0이라는 글자만 남는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깊이 생각하고 생각했소."

"무엇이었나, 그 이유가."

부여구는 저도 모르게 떨리는 손을 들어 제 얼굴을 쓸었다.


"모든 것은 은나라와 주나라의 기록에서 시작했소."




고구부의 싸움은...

page 243~

"내 역할은 여기까지야. 왕에게 필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다. 왕은 무예가 뛰어날 필요도 지략이 뛰어날 필요도 없어. 그런 것은 다른 자들이 충분히 대신해 줄 수 있다. 단 하나, 나라 전체의 중지(衆智)를 하나로 모아 그것을 정직하게 밀고 나가는 것. 그것만이 왕에게 필요한 소양이야. 온 나라의 꿈을 왕이라는 개인이 대표하는 셈이지. 그러면 제 꿈을 저당 잡힌 많은 이들이 알아서 힘을 모아주는 것이야."

"·····."

"우앙, 나의 꿈은 전쟁이 아니다. 고구려라는 나라와 맞지 않아. 더군다나 나는 대중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도 않다. 공론(公論)이라는 투박하고 귀찮은 담론에 얽히고 싶지 않아. 대중이란 눈앞의 일만 보는 짧은 식견, 선동당한 가짜 신념, 순간순간의 감정, 그런 것들로 점철될 수 밖에 없는 존재이고 왕이란 그런 대중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포용하여 함께 걸어가는 그릇이다. 나는 대중과 함께 걸을 수 없어. 내 싸움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으니까. 수백, 수천 년 후에야 드러날 싸움, 나 외에는 아무도 볼 수 없는 싸움. 거기에 내 자리가 있어."

"·····."

"왕으로서는 실격이지. 해서 양위하려는 것이다. 이련은 아주 잘 해낼 것이야."




고구부의 한계.

page 312 ~ 313

모든 상황을 정리하자 그는 문득 실소를 흘렸다. 완벽한 복안이었고 설계였건만. 무엇 하나 틀어질 일이 없는 그림이라 생각했건만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다. 구부와 그들은 같은 곳에 있지 않았다. 너무나 높은 견지에서 그려낸 그림이기에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다는 그 사실 자체가 바로 결점이었다. 고운이 그의 뜻을 알았더라면, 신하들이 그의 뜻을 알았더라면 기꺼이 제 목숨, 제 자식의 목숨을 내 던져 훗날의 고구려를 위해 기쁘게 죽음을 맞이 했을 텐데. 백제를 잃을 일 따위가 없었을 텐데. 신하들은 물론 고운도 잘못이 없었다. 미워할 필요가 없었다. 구부 스스로의 한계였다.


"온 나라의 중지를 모아 대신 실천하는 것이 왕이다."

구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앙에게 말했듯 그는 애초에 왕과 어울리지 않았다. 무리를 대표해야 하건만 무리와 함께 일할 수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있어야 할 전장은 달리 있었다. 오로지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었다. 이윽고 구부는 벌써 몇 번이나 꺼내었던 단어를 떠 올렸다.

양위.




양위.

page 317

"믿지 않는구나. 허나 사실이다."


모두가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

"고운의 말이 맞다. 내 고구려를 팔아 넘기려 너희 모두를 속이고 그리 꾀를 꾸몄던 것이다. 비록 부여구가 죽어버리는 바람에 실패했지마는."


태왕의 말은 점입가경이었다. 신하들은 숫제 듣지도 않고 있었다. 웬 허튼 소리인가. 양위를 설득시키기 위한 엉망진창의 거짓말에 불과하다. 모두 그렇게만 생각하며 간곡한 목소리로 거듭 양위를 만류할 뿐이다.

"왕이 하기 싫고 귀찮아 그리했던 것이야. 너희가 내게 모든 일을 미루기만 하니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느냐. 그러니 오늘부터는 너희가 스스로 좀 일하여라. 왕이 멋대로 농단을 벌이게 놓아두지 말고.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직접 고구려를 만들어가라는 말이다."

"폐하."

"너희의 시대야. 이련을 잘 보필하여 훌륭한 고구려를 열어 보아라."




소수림왕 고구부.

매우 현명하고 똑똑해서 혼자서도 나라를 다스리면서 지켜 나갈 수 있었지만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

고구려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이며 이에 어울리는 왕의 모습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동생인 이련에게 태왕의 자리를 쉽게, 빨리(?) 물려 준 것이.


고구부는 자신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싸움을 하러 세상속으로 뛰어든다.

한(漢)의 세상에 대항하러.


유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인 단청과 함께.



김진명 고구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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